(24년 좋은 생각 11월호에 글이 실렸다.
책에는 좀더 매끄럽게 다듬어서 올려 주셧는데 이곳에는 내가 썻던 그되로 올려놓았다.)
여덟 가구가 오순도순 모여 사는 빌라에서 어느덧 삼십 년 가까이 살고 있다.
여러 해 살다 보니 어느 집은 아파트 당첨으로 이사를 가고,
또 어떤 집은 자식이 해외로 간다고 해서 같이 떠나고,
그렇게 가끔씩 바뀌는 앞집, 옆집 사람들~~~
그 와중에도 몇몇 가구는 오랜 세월 같이 살아온 동지애로 가족처럼 형제처럼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 건물 사람들은 물론 빌라 건물 앞, 담장 없는 앞집에서는 감나무와 블루베리, 토란 등을 심어서
이맘때면 언제나 풍성한 모습으로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준다.
혼자 사시는 주인아저씨가 며칠씩 집을 비우는 날에는 우리 건물 아줌마들이 매일같이
호수로 물을 듬뿍 주어서 알알이 열매들이 언제나 풍성하고 어느덧 까맣게 익어가는
블루베리 열매는 먹음직스럽게 달려있어
주인아저씨의 넉넉한 인심 탓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과일 창고가 된 지는 오래...
나도 그들 중에 한 사람 이 되었지만 가끔씩 보는 주인아저씨는 오히려 맛도 보지 못했다는듯한 표정으로
서있는 나에게 까맣게 익은 블루베리를 한웅 큼 따서 먹으라며 주신다.
민망함은 감춰둔 체 감사한 마음으로 냉큼 받아 들고 와서는 냉장고를 열어 견 과루와 요 플레를 꺼내
커다란 그릇에 담고서는 방금 따주신 블루베리를 듬뿍 넣고 꿀도 한 스푼,
창문 너머 로 감나무를 손질하고 계시는 아저씨를 부르며 잠깐 만 기다리시라고 하고는
그릇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드리니 이렇게 먹는 방법도 있냐고 하시면서 맛있게 드시며 흐뭇해하신다.
요즘은 잦은 장맛비로 야채며 채소들이 수확시기를 놓치고 또는 수해를 입어 비싸서 시장에 가도 부담이 돼서
맘껏 사지를 못하고 올 때가 많다.
며칠 전에는 남편이 감자전이 먹고 싶다고 해서 시장에 감자를 사러 갔었는데 값이 내렸다지만
그래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그냥 돌아오는데 현관문 앞 모퉁이에 커다란 봉지가 놓여 있었다.
들쳐보니 주먹만 한 감자들이 꽤 많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아~~
아래층 할머니께서 소일거리로 자그마한 텃밭을 하시는데 벌써 수확을 하신 모양이네
무더운 날에도 시간 날 때마다 심고 거름 주고 지극 정성으로 힘들게 키우신 걸 아는데 얼마나 된다고
이리 나누어 주셨을까?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감자 봉지를 들고 들어와서는 커다란 감자 몇 개를
강판에 갈아서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고 노릇노릇 감자전을 부쳤다.
그리고는 정성스레 접시에 담아 들고 내려가 초인종을 누르니 할머니께서 문을 열고 나오시며 이게 뭔데? 하신다.
나는 힘들게 농사지으신 걸 제게 다 주시면 어떡하냐며 잘 먹겠다고, 감사하다 말하며 얼른 드리고 나오려는데
할머니는 접시를 받아 들고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어느 세 오이며, 가지며, 상추까지
한 아름 들고 나오시면서 먹어봐 내가 농사지은 것이여 하시며 가슴에 안겨 주신다. 세상에 이 많은걸...
요즘 채소 값도 비싼데 할머니 덕분에 우리 집 식탁이 풍성해질 것 같아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운데 할머니께서는 오히려 가끔씩 맛난 음식 해서 갖다가 주고, 내가 더 고맙지 하신다.
한 보따리 받아 들고 집으로 가는 길... 마음이 풍요로워진 탓일까?
계단을 오르며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제는 다계통위측증으로 아픈 남편을 주간 센터에 보내고 나서 집에서 만든 보리쌀빵과 달달하고 시원한
냉커피를 몇 잔 타 길 건너 옆 집으로 향했다.
그곳은 문구류 등 을 납품 하는 곳으로 교학사라는 곳인데 아주머니께서 늘 가게를 보며 자리를 지키고 계셔서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나도 언제 부턴가는 그곳을 애용하는 동네 주민이 되었는데, 몇 해 전까지 풍채도 좋고 너무나 건강했던 남편이
갑자기 병을 얻어 힘들어하는 것을 동네 분들이 알고 있기에 근처를 지날 때면 어디가? 하면서 쉬었다 가라며
들어오라 손을 잡아끄시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들어가 동네 아줌마들과 합석...
주인아줌마는 시원한 커피를 타주시고, 방금 쪄온 것 같은 옥수수며 감자는 어느 세 내 손에 쥐어져 있고,
나 또한 어느 틈에 그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가 귀를 쫑긋 세우며 함께 웃음꽃을 피울 때도 있어
남편의 병으로 지친 네게 아줌마들의 수다는 가끔씩 마음을 치유받는 약이 되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는 길
내손에는 또 동네 언니가 옥수수 좋아하는 신랑 갖다 주라며 손에 쥐어준 찐 옥수수 한 봉지가 들려져 있다.
나는 또 무엇을 해서 나눠먹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그들에게 받는 기쁨이 너무 크다.
나 또한 그들에게 소소하게나마 주는 즐거움으로 행복을 느낄 때도 많다.
내 마음의 창고가 풍요로움으로 가득 차는 요즘.....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아직도 주위에 이런 분들이 계시니 살만한 세상,
살맛 나는 세상 이 아닐까?
집 앞 블루베리 나무 한그루에 알알이 작은 열매들이 모이고 모여 풍성함을 이루듯이,
나는 남편과 가족, 그리고 마음씨 좋은 동네 사람들의 사랑으로 마음이 더없이 풍요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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