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2월호 외침 독자편지란에 실린 글)
믿음, 성당에 다니다.
남편이 파킨슨 진단을 받은 지 삼년 차 되던 작년 이맘때쯤....
나에게도 스트레스와 신경성, 갱년기 등으로 인한 복합적인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한감정 기복으로 인해 몇날 며칠 무엇이 그리도 서러웠는지 어딘가에 조용히 숨어있던
눈물샘이 댐처럼 터져 버리며 눈물 마를 날이 없었고,
발바닥은 불에 타는 것처럼 화끈화끈...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은 병원에 입원하여 며칠간 치료를 받고 퇴원하게 되였다.
며칠 후, 그럼에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나를 본 언니는 남편의 병간호와 스트레스로
지쳐서 그런 것 같으니
성당에 다시 나가보라고 권유하였고 오랜 세월 냉담을 했던 나는
많은 망설임 끝에 다시 성당을 다니게 되였다.
예전에는 믿음이 부족한 탓 이였을까??
그저 주일만 되면 꼭 성당에 가야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며 성당을 다니면서도
기도할 줄도 모르고 진짜 하느님이 계실까??
때로는 의심이 들기도 하던 때, 이렇게 다니는 건 믿음이 아니지,
그저 의무감으로 다니는 건 하느님께 죄받는 일이야 그러니 이럴 거면 안다니는 게 맞는 거야,
라는 자기 합리화 로 성당을 나가지 않게 되였고 그때부터 나는 냉담 자 가 되였었다.
퇴원하고 며칠 후~~
남편의 병과 나의 힘듬으로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는 나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픈,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터놓고 기대고픈,
그런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간절함에 주위를 둘러보았을 땐. 가족, 친구, 동료, 그 누구도
나의 간절함을 눈치체지 못했고 내게 기댈 어께조차도 내어주질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마음속에서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끄러미 바라본 하늘...
순간 하느님이 생각났다.
하느님 이라면??
내 마음을 알아주시지 않을까??
싫다고 도망 갈 때 는 언제고 이제 다시 찾는다고 혼내시는 건 아닐까?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다 용서하신다고 했으니 용서해 주실 거야 하는,
또다시 나만의 자기 합리화를 하고는 성당을 다시 나가게 되었고.
조금씩 마음이 안정을 찾아 가면서는
병으로 힘들어 하는 남편에게도 같이 성당에 나가보자고 권 하였다.
때로는 남편 자신도 힘들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소리 내어 울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었냐고 누구든 붙잡고 원망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럴 때면...
나 보다는 그래도 조용한 성당에 나가 하느님께 기대 보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성당에 같이 다니자고 권했던 것인데 남편도 마음이 동했는지 그러겠다고...
가을바람이 선선이 불어오던 날부터 남편은 세례를 받기위해 6개월간의 교리 공부를 시작하게 되였고
얼떨결에 나도 남편 덕분에 옆에서 같이 교리공부를 하는 학생이 되어있었다.
교리 공부를 다시 하게 되면서
그때는 몰랐던 하느님과 예수님 에 대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성당에 대해서도
믿음을 가지고 다니게 되었고,
그렇게 6개월이 지나 남편은 세례를 받고 견진성사 까지도 받게 되였다.
어쩔 때는 병증으로 허리와 다리가 아파 걷기조차도 힘에 부쳐하고
성당 가는 길에 가끔은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일이면 내손을 꼭 잡고 성당을 간다.
때로는 오늘은 안가고 싶어~~
하는 표정을 짓다가도 이내 옷을 갈아입고는 먼저 가자하는 남편...
역시 하느님은 계시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애원해도 본인이 안 간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을 그래도 흔쾌히 성당에 가주니
주님께서 인도해 주심이 아닐까??
그렇다. 믿음이란?
내 맘속에 있어야 하고, 또 맘속에서 생겨 난 다는 것을...하느님께서는 온전히 내 마음속에 계시다는 것을
내 자신이 굳게 믿어 야만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조금은 알 것 만 같다.
나 또한 지금도 기도다운 기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기도인지, 아직도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저희 마음에 평화를 주세요.
지금 이 순간 이 또한 감사드리며 이대로만 지나가 주기를 하느님께 간절히 바랄 뿐 입니다.
라며 기도할 뿐...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가슴이 벅차고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부족한 우리를 잠시나마 주님성전에 머무를 수 있게 하여 주심에 감사드리며,
남편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볼수 있게 하여 주심에 이 또한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끝으로 성당에 가면 언제나 남편 손을 꼭 잡고 파이팅을 외쳐 주시는 수녀님,
그리고 구역장님과 교리 선생님께도 고맙고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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