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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너 만 힘든건 아니야 말만 안한다 뿐이지 사람 사는건 다 똑같아 그러니 힘을 내렴 *
삐삐의 노트

떠나다. 여름 휴가 2.

by 삐삐의 쉼터 2024. 8. 10.

 (2024년 8월 14일 양희은,김일중 여성시대에서 방송)

 

 

몸이 불편한 신랑으로 인해

이번 여름휴가는 꿈도 못 꾸고 아예 포기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일 이어지는 찜통 같은 더위 때문인지

티브이를 보던 남편이 화면에 나오는

바닷가를 보면서 바다에 가보고 싶다며 혼자서 읖조리 는 소리를 듣고는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수십 번의 망설임 끝에 그래 가보자~~

어쩌면 이번이  남편과 함께 가볼 수 있는  마지막 가족여행이 될지도 모르는데  하면서

아들과 의논 끝에 숙소도 정해놓지 않고 무작정 떠난 여행길.....

 

이때만 해도 몰랐다.

여행이라 기 보다는 12일간  즐겁지만 고된 여정의 시작이 되리란 걸..

 

.다계통 위측증 으로 인해 갈수록 허리가 굽어지고 걸음걸이는

아예 제자리에 묶여 있기 일쑤인 남편..,.

옆에서 부축을 해도 앞으로만 쓰러지는 몸,

가능하면 휠체어를 타지 않게 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건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알았다.

그사이 병이 많이 진행 되었다는 걸...

!!  이제는 옆에서 부축을 한다 해도 서있기 조차도 힘들어 졌다는 걸...

 

,가는 길 휴게소를 들리고

여기저기 가는 곳 마다 차에서 내리고 타는 일이

이제 남편과 나에게는 평범한 일이 아닌 고된 일이 되여 버렸다.

 

두어 달 전 까지만 해도 한손에 지팡이를 집 고 한손은 나에게 의지하며

그래도 조금씩은 걸었었는데 요즘은 나에게 너무나 힘을 주다보니

150센티의 키에 48키로가 나가는 나의 자그마한 체구로는 지탱이 안되서

균형을 못 잡고 몇 번  넘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조차도 아들이 잡아주지 않으면 걸을 수가 없어졌으니

이제 둘만의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 꿀 일이 되어 버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길은 가는 내내 든든한 아들이 옆에서 나와 아빠의 손,발이 되어주어서

얼마나 힘이 되고 다행 이였는지~~

고맙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다.

 

도착지인 경포대 해수욕장에 도착하자

자기는 차에서 쉬고 있겠노라고 말하는 아빠에게 아들은 말한다.

아빠 !! 여기까지 왔는데 힘들어도 같이 가보자고~~

 

바닷가 모래사장 갈매기 날아드는 바다...

낭만이 꿈틀되고 젊음이 샘솟는 곳~~

 

그러나 아들과 나에게는 85키로가 넘는 남편과 아빠를 시원한 바닷물,

파도가 일렁이는 곳까지 무사히 모시고 가야하는 숙제가 생겼다.

~~ 평지도 걷기 힘든 사람을

발이 푹푹 빠지는 뜨거운 모랫길을 해치고 가야한다.

 

순간...내가 잘못생각 하고 있는 걸까?

이러는 것이 이 사람을 위한 것일까?

 

잠깐 동안 침묵 끝에

우선 파라솔을 빌리고 짐을 옮긴 다음 아들과 둘이서

남편의 양쪽 팔을 잡고 한걸음 ,한걸음 씩...

오십 미터쯤 되는 백사장을 지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앉혀놓고 나니,

세 사람의 얼굴은 어느 세 땀범벅이 되여 있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남편의 얼굴을 보니 잘했다 싶다.

 

아들은 힘든 기색 한번 없이 우리야 앞으로 기회가 있겠지만

아빠는 이런 곳에 오는 일이 싶지 않을 거야 라며

아빠!! 와서 바다 보니 좋지요? 하면서

어느 세 커다란 튜브를 빌려 와서는 아빠를 힘들게 앉쳐 놓고

유유히 바다 쪽으로 헤엄쳐 간다.

 

저 멀리 보이는 부자의 모습이

너무나 평온해 보이고 즐거워 보인다.

나 또한 이순간이 너무나 행복한데

마음 한 켠이 아려 오는 건 왜일까?

 

이제 스물아홉 살인 아들~~~

한창 친구들 만나고

자기시간을 보내기에도 바쁠 텐데 엄마, 아빠를 위해 함께 해준 시간에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끼고 하루하루의 여정이 힘들었을 텐데도 

지금껏 짜증한번, 화 한번 내지 않은 남편도 고맙다.

이대로만 이라도 늘 우리 곁에 있어주길

그래서 조금만 더 용기 내여 버텨내주길 바라면서

짧지만 끈끈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던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오늘도 나는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감사 합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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