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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너 만 힘든건 아니야 말만 안한다 뿐이지 사람 사는건 다 똑같아 그러니 힘을 내렴 *
삐삐의 노트

숲은 나의 에너지 충전소

by 삐삐의 쉼터 2024. 10. 20.

나는 에너지 충전하러 숲으로 간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지 못하고 사는 인간은 참 간사한 것 같다.

벌써 구월인데 이렇게 덥다니 호들갑을 떨며 더워 더워 를 입에 달고 살더니

이제 시월인데 벌써 추워지네 하면서 가디건 을 꺼내며 또다시 호들갑을 떤다.

 

가만히 있어도 계절 따라 바뀌어 가는 자연 속 나무들과 꽃들을 바라보면

그들은 다그치지도 보채지도 않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건만

잠시도 참지 못하고 궁시렁 거리던 나라는 인간은 그들 앞에서 할말이 없다.

 

오늘도 집안 공기는 탁 하기만 하다.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 탓으로 닫힌 창문들을, 환기를 위해서 하나, 둘 열어본다.

저 멀리 푸릇푸릇 울창한 산들이 하얀 구름과 손을 잡고 여유로움을 보여주면

내 안에 무언가도 꿈틀대기 시작. 고갈된 몸속의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인간의 나이 육십이 넘으니, 몸은 유연성이 떨어지고 눈은 더 흐릿해져 가고,

남편의 병간호로 시간 마져 도 자유롭지가 않아 답답 해질 때쯤 나는 숲으로 간다.

좋은 공기 마시며 걷기 운동이라도 열심히 할 수 밖에 답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코스는 집 앞에서 시작되는 당정섬 위례 둘레길을 지나 나무 고아원 숲 까지 갖다가 돌아오는 코스다.

선선해진 날씨 탓 일까

많은 사람들이 숲을 찾아 길을 나선 모습들, 주말이라 그런지 삼삼오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흐르는 강을 둘러싸고 축축 늘어진 버드나무와 벚 나무, 늘씬 날씬 끝없이 쭉쭉 뻣어 있는 메타 세콰이어 숲길을 지나면

나오는 은빛 물결 출렁이는 갈대숲, 그 사이를 걸을 때면 그들의 현란한 춤솜씨에 반해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나뭇잎이 우거진 숲속의 공기는 역시 다르다.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콧속이 피톤치드의 효과인지 어느새 뻥 뚫리는 느낌,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걷다 보면 운이 좋은 날에는 수풀 속에서 놀라 뛰어나오는 고라니도 만나고 강 주변을 살금살금 걸어 다니는 흰 고니도 볼 수 있어 대박인 곳..

집에서 조금만 걸어 오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이런 숲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축복 이 지 싶다.

한 시간쯤 걸었 을까 ?

신발 속에 갇혀있던 발바닥에서 스멀스멀 열기가 느껴진다.

이때부터는 신발을 벗고 자연 친화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맨발의 투혼이 시작된다.

떨어진 낙엽 밟으며 숲길을 걷다 보면 발끝부터 느껴지는 시원함이란 막혀있던 온몸의 세포가 하나,둘 구멍이 열리며 자연의 맑은 공기로 충만해지고 얼마쯤 걷다가 보면 숲속 나무 그늘에 덮혀 있는 아늑한 벤치, 나만의 아지트가 나온다.

 

그곳 벤치에서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앉아 갈증에 보상하듯 마셔보는 시원한 물 한 모금, 짜릿함이 목 줄기를 타고 흐르면 흐릿했던 두 눈은 녹색의 푸르름에 안구가 정화된 듯 시원하고 이제부터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져귐 과 바람 소리, 간간이 떨어지는 낙엽만이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이 제일 좋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고개 들어 먼 산을 바라보니 송이송이 하늘 구름 사이에 위풍당당 우뚝 서 있는 산, 아마도 저 산이 예봉산이지? 뜬금 없이 저 산 정상을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무슨 자신감 이람, 그저 생각 일뿐 지금은 중간이라도 가면 다행이겠지

예전에는 저 까짓것 아무것도 아니 였는데...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생각하다 피식 웃고 만다.

이렇게 숲은 나를 무장해제 시키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씩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 있다.

산 너머에서 한 무리의 철새들이 날아오는데 볼 때마다 질서 정연한 모습이 참 신기하다.

선두에선 대장이 조직을 잘 이끌어서 그럴까?? 아니 조직인지, 대가족인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군악대가 사열하듯 줄.간격을 딱 딱 맞추어 때로는 넓혔다. 좁혔다. 하면서 날아가는

모습, 저 새들은 어느 숲으로 가는 걸까??

 

넉 놓고 앉아 있다 보니 불어오는 자연의 바람이 싱그럽다 못해 상큼하다.

답답했던 집안 공기를 피해 나오길 잘했다 싶다.

당정섬을 벗 삼아 흐르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평화로운 물줄기는 어느 세 나에게 치유의

바람길이 되어 주고, 숲속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은 가슴골 깊이 고여있던

아픔까지 씻어 준다.

 

이렇듯, 숲은 나에게 마음껏 울고. 웃고 운동도 하며 마음을 힐링 할수 있는 평화로운 곳이며

마음이 아플 때는 언제든지 오라며 온전히 나를 받아 주는 곳이고,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이에서

나를 기다려 주는 곳이다.

숲은 언제나 일상에 지친 나를 위로 해주고, 치유도 해주는 고맙고, 감사한 마음의 고향이며

그리고 에너지 가득 채워 주는 (인간들을 위해 언제나 열려있는 )무료 충전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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