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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의 노트

붉은벽돌 우리집

by 삐삐의 쉼터 2017. 7. 8.

붉은 벽돌 우리집..

 

 

경기도 성남의 어느 골목

가파른 언덕길 옆에 자리 잡고 있던 붉은 벽돌 우리 집이 재개발로 인해 헐리게 되였다.

나의 어린 시절 모든 추억이 온전히 담겨 있는 곳...

우리 육남매의 처절했던 삶의 현장이 되었던 곳...

 

사십 오년 전 비오는 날의 우리 집 풍경은 찢겨진 천장 군데군데서 빗물이 새어 나오고

방안은 어느 세 여기저기 양동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일찍이 직장생활을 했던 언니는 어느 날 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를 향해 아버지는 술 사 드실 돈이 있으면 집이라도 고치지 내가 벌어다주는 돈은 다 어디에 쓰고 이렇게 사냐고 속상해서 던진 한마디에 한달 쯤 후 인부들을 사서 집을 다 허물어 버리고 새집을 짓기 시작 하셨다.

 

산을 밀어서 만들어진 동네라 워낙에 비탈진 곳이라서 집을 지을 때는 차도 마음대로 못 다니고 소달구지가 다녔었는데 거대한 소조차도 힘들어 할 만큼 소달구지에 벽돌을 실어서 옮기는 모습은 벽돌이 곧 다 쏟아 질것만 같아 소달구지를 쳐다보며 어린마음에도 정말이지 심장이 아슬아슬 쪼그라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나와 동생들은 그저 집을 새로 짖는 다는 것이 좋아서 그런 소달구지 뒤를 쫒아 다니며 마냥 신나하기만 했었고 그렇게 두달 정도 지나 이층으로 된 붉은 벽돌집이 지어졌는데 아마도 우리 동네에서는 제일 처음으로 지어진 이층벽돌집 이였던 것 같다.

아버지는 벽돌집 2층에서는 우리가족들이 살게 하셨고 1층에다가는 요즘으로 말하면 햄버거 패티 만드는 공장을 차리셨다.

그때 닭고기를 갈아서 만들었던 그 햄버거 고기의 맛은 환상 이였는데 얼마 못가서 공장 문을 닫게 되여 좋다가 말았다.

 

어린 시절 빨간 벽돌 우리집은 대궐처럼 커보였고 행복했던 집이였는데

그러나 이십대 때의 나의 집은 아픈 아버지가 누워계시는 그런 집으로만 기억이 된다.

언제나 안방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뒤로 한 체 돈을 벌기위해 나는 먼 길을 떠났었고

결국 아버지는 아버지가 지으신 그 집에서 내가 돌아오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안계신채 엄마혼자 긴 세월을 살아온 집..

재개발이 결정이 나고 언제까지 집을 비우라는 통지가 오고 나서도 엄마는 이사 가기를 싫어 하셨다.

 

아마도 아버지의 흔적이 사라 지는게 싫으셨겠지...

그러나 동생들은 엄마에게 이제는 더 이상 이 동네에, 이집에, 남아 있을수가 없다고 했다.

엄마는 내 집인데 왜 나가야만 되느냐고 속상해 하셨고 나는 맘은 아프지만 담담하게 엄마...

여기에 아파트가 다 지어지면 다시 올수 있는데 .. 했더니 엄마는 나즈막한 억양으로 말씀 하셨다.

아파트가 언제 다 지여질지 몆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때까지 살아서 다시올수 있을런지..

그리고 나는 아파트는 싫다고 하시며 재개발도 좋지만 내가 죽을 때까지 만이라도 이집에서 살다 죽었으면 좋으련만.....

이집이 없어진다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않좋구나 하신다.

하지만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달라질게 있을까

결국 엄마는 아파트가 다 지어 질때 까지 사실 다른 집을 얻어 이사를 하셨고 사십여 년을 살아온

붉은 벽돌 우리 집 대문에는 철거라는 큰 글자와 함께 텅 비워지고 말았다.

 

언젠가 엄마가 예전 집에 한번 가보자고 하셔서 함께 갖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가서

빈집들만 남아있어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 하나 없고 동네는 더없이 삭막해 보였다.

엄마와 나는 집안에 들어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옥상에 올라가 보았다.

어린 시절 나는 가끔씩 동생들과 이 옥상에 올라와서 저 멀리 빨갛게 불빛이 비치는 교회지붕위에 세워져있던 십자가 수를 세워보며 놀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불빛도 없고 예배 당에 종소리도 안 들리고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성냥 곽 같은 건물들만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이면 저 길 끝 모퉁이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언뜻 스쳐 지나가고

아빠가 옥상 빨간 고무통 에 심어두었던 대추나무도 생각이 났다.

다시 올수 없는 추억이 된 것만 같아 갑자기 슬픔이 몰려오는데 옆에 계시던 엄마는

아마도 아버지 생각에 눈물은 흘리고 계시는 것 같았다.

한동안 옥상에 앉아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을 나섰던길..

해 저문 골목길 한집 한집 지나쳐 올 때마다 빨간 글씨로 대문과 담장에 써져있는 철거라는 글씨를 보니

어스름밤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다가와 엄마와 함께 뛰다시피 발걸음을 제촉 하며 동네를 빠져나오는데 서글픔과 무서움에 가슴은 콩당콩당 뛰면서도 어린 시절의 동심을 다 빼앗긴 것 같아서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그래 세월이 변하는데..

특히나 요즘은 자고나면 건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 세상인데...

이곳이라고 변화지 않을까? 생각을 하다가 문득.. 고개 돌려 엄마를 바라보니

 

구부정한 어께에 힘없는 85세 노인의 얼굴이 고뇌에 찬 모습으로 슬퍼 보이신다.

아빠와 함께 육남매를 낳고 기르며 살았던 곳..

엄마에게 붉은 벽돌 우리 집은 엄마인생의 전부였었음을 잘 알기에

나는 아무 말 없이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새집을 향해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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