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식재료가 다양하게 나오니 요리하는 사람은 참으로 즐거워집니다. 그중에서도 여름철 우리 집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꼭 준비하는 것이 오징어입니다. 요즘은 오징어가 제철이라 한 마리 값이 1000원도 안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귀한 손님이 왔는데 오징어를 낸다고 하면 실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에겐 값싼 오징어를 비싸게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징어를 맛있게 먹으려면, 우선 눈이 즐거워야 합니다.
보통 오징어를 손질하면서 몸통과 다리를 먹기 좋게 한입거리로 자르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내장을 조심스레 빼내고 반드시 몸통과 다리가 붙은 채로 손질을 마칩니다. 여기 하나 추가하는 게 있다면 몸통에 빗금을 긋듯 칼집을 내는 것이지요. 칼집 내는 이유는 오징어를 굽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됩니다. 참, 우리 집 양념장에는 반드시 정종이 들어갑니다. 오징어의 비린 냄새를 없애주고 깊은 맛을 더하지요. 고추장, 설탕, 간장, 정종을 섞어 만든 양념장만 발라 오징어를 굽기 시작합니다. 남들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몇 술씩 넣는 것을 기본이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면 느끼해지고 재료의 참맛이 안 살아납니다. 양념을 솔로 발라가면서 타기 전에 뒤집으며 구우면 기름 없이도 깔끔하게 구울 수 있지요. 맛깔스런 색깔을 내려면 적어도 7~8번은 양념을 발라야 합니다. 오징어 굽는 걸 구경하던 손님들은 호기심을 느끼다가 양념과 오징어가 어우러져 구워지는 냄새를 맡으면 침을 꼴깍 삼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칼집 낸 선을 따라 오징어가 오그라들면서 모양이 잡히지요. “오징어가 너무 예쁘게 익어요”라고 한마디씩 품평을 하기도 합니다. 오징어가 적당히 구워지면 통째로 상에 올리고 먹기 전에 손님 앞에서 썰어주지요. 이렇게 하니 오징어 절대 못 먹는다는 외국 사람들도 호기심을 보입니다. 어떤 나이 지긋한 손님은 한 점 두 점 먹다가 “어디서 이런 맛 보겠어요. 싸가면 안 될까요?” 하고 동그란 눈으로 물어보기도 합니다. 오징어가 싫으면 주꾸미나 낙지로 응용해도 괜찮습니다.

오징어는 다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내장을 빼내고 손질한 다음, 몸통에 칼집을 낸다. 고추장, 설탕, 간장, 정종을 3:2:2:2 비율로 섞어 양념장을 만들고, 프라 이팬이 달구어지면 오징어를 올린 다음 양념장을 조금씩 7~8번 발라 구워낸다.
![]() 보이차 전문가 김명익 선생은… 할아버지, 아버지 때부터 보이차를 마셔온 집안이라 어려서부터 차가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선생은 차는 격식 따지며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연배의 다른 남자들과 달리 손님을 초대해 즉석에서 요리하기가 취미다. |